참을 수 없는 더위에 물을 들이켰는데,
멀리서 보이는 사내가 소리쳤다
"지금은 라마단 기간이야! 물 가방에 넣지 못해! 우리에게 존경심을 보여!"
난 재빨리 사과하며 어제 도착해서 잘 몰랐다고 둘러댔다.
쉽지 않은 여행이 될 예감이 들었다.
내가 신기했던건, 버스창구와 버스가
남성전용과 여성,아이 전용 창구로 나누어져있던 모습이였다.
무슬림 문화권은 여성 차별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말이다.
친구의 소개로 나의 아부다비 여행을 도와줄 대학생 두 명을 만났다.
그들과 대화하다 보니 내 생각이 오해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배려로 보였던 모습이 여성들을 약자로 간주하고
남자들의 보호아래에만 두려고 하는 관습의 일종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무슬림 여성들은 자신들의 종교를 나쁘게 말하고 싶지 않아서
불만이 있어도 속으로만 품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하지만 이제 스무살, 스물 한살 된 이 친구들은 달랐다.
그들은 한국 과자를 수입해서 아부다비 시내의 소매점에 납품한다고 했다.
법으로 금지되진 않았지만, 무슬림 국가들에서 특히 보수적인
아랍에미리트 관습상, 여성들의 사회진출, 개인 사업은 감히 꿈 조차 꾸기 힘든일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시도했고,
그때까지 6개월 동안 이 일을 이어오고 있었다.
처음엔 그저 한국 문화가 좋아서 친구들에게만 파는 정도였지만,
BTS 덕분에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걸보고 사업을 시작하게 됐단다.
이 두사람은 이 일로 각각 한 달에 200~300만원 정도의 순이익을 내고 있었다.
불과 20대 초반의 나이에 말이다.
이들을 보고 깨달았다.
해도 되는 일과 안 되는 일의 구분은 오직 내 머릿속의 선으로만 나뉘는 거다.
법을 어기거나, 남들에게 피해가 주는 일이 아니라면
그 선을 지우고 그냥 해보면 되는 거다.
해보기 전에는 절대 결과를 알 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