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모든 것을 잊는다고 투덜대는 남성이 있었다.
나는 일단 환자의 증상은 보류한채
환자의 생활양식에 주목했다.
아내는 조용하고 친절하며 총명한 사람이었고,
지배욕 강한 남편의 꾸짖음과 잔소리를 대개 말없이 인내했다.
아내는 어릴 적부터 혼자서 놀거나 무엇을 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부모는 이것을 문제 삼지 않았으며,
특히 가끔 친절한 사람들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는
예의 바르게 행동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되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결혼 후에도 아내는 아내의 표현을 빌리자면,
혼자 있는 시간, 독서 시간, 휴식 시간 등이
남편이나 모임 때문에 단축되는 것을 꺼려했으며,
반면에 남편은 아내에게 자신의 우월을 과시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고자 했다.
그 밖에도 아내는 주부의 의무를 다하는 데 지나칠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다만 남편의 지시를 이행하는 일은 유난히 자주 잊곤 했을 뿐이다.
아내의 어릴 적 기억에 다르면
늘 혼자서 임무를 완수할 때 큰 기쁨을 느끼곤 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여성의 생활 형태가
혼자서 임무를 수행하기에는 매우 적합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사랑과 결혼 같은 과제를 위해서는 지나친 면이 있다.
완전을 향한 아내의 목표는 개인 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고,
이 면에서 아내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그리고 이 면에만 주목하는 사람은
아내의 문제를 전혀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아내는 동참의 능력이 부족했다.
이 여성의 망각은 준비되지 않았고,
완전을 향한 자신의 목표에 포함되지도 않은
강요된 협력에 대한 덜 공격적인 형태의 저항이었다.
인간의 삶의 목적은
절대로 혼자의 힘으로는 해결 할 수 없다.